이제는 슬퍼하지 않겠다고
몇번이나 다짐했건만
문득 떠오르는 당신의 영상
그 우아한 모습
그 다정한 목소리
그 온화한 미소
백목련처럼 청아한 기품
이제는 잊어버리려고 다짐했건만
잊어버리려고 다짐했건만
잊어버리려고 하면 더욱 더
잊혀지지 않는 당신의 모습
당신의 그림자
당신의 손때
당신의 체취
당신의 앉았던 의자
당신이 만지던 물건
당신이 입던 의복
당신이 신던 신발
당신이 걸어오는 발자국 소리
"이거 보세요" "어디 계세요"
평생을 두고 나에게
'여보' 한번 부르지 못하던
결혼하던 그날부터 24년간
하루같이
정숙하고도 상냥한 아내로서
간직하여 온 현모양처의 덕을
어찌 잊으리. 어찌 잊을 수가 있으리.